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청소년기는 신체적 심리적,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시기이다(Park et al., 2018).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성숙해가는 과도기로 급속한 신체적 발달과 더불어 성적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로, 신체적으로 왕성한 성적 변화가 일어날 뿐만 아니라 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성적인 욕구가 강해져 올바른 성태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다(Son & Choi, 2020).
최근 청소년들의 빠른 성장과 각종 매체에서 제공하는 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청소년들의 성 경험률이 증가하고 있다(Cho & Ra, 2014; Lee, 2017). 실제 2013년 남자 청소년의 성 경험률이 7.4%에서 2022년 7.6%로 증가하였으며, 여자 청소년의 경우에도 2013년 3.1%에서 2022년 4.7%로 증가하였다(Ministry of Education & Kore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23). 이러한 청소년들의 성 경험률 증가 경향은 스마트폰 보급과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 등으로 인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성적인 경험을 시작하면서도 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부족하며(Lee, 2017), 성과 관련하여 성인과는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 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성과 관련해서 청소년기에 겪을 수 있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원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이다. 청소년기 임신은 모와 신생아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청소년기 임신은 임신중독, 빈혈, 자연유산, 사산, 태아의 자궁 내 성장지연, 자궁 내 사망, 태아 곤란 등의 위험성이 높아서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되며(Lee & Park, 2021), 실제 2020년 영아사망통계에서 영아사망률은 모의 연령이 20세 미만일 경우 1,000명당 19.0명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았다(Statistics Korea, 2023). 또한, 청소년기의 임신은 모아의 유병 및 사망을 높일 뿐만 아니라, 안전하지 않은 낙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Lim et al., 2016), 심리적으로 청소년기 임신은 좌절, 분노, 우울, 죄책감, 불안 등의 스트레스와 자포자기와 자살에까지 이르는 위험을 초래한다(Kim, 2015). 청소년의 원하지 않은 임신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학업 중단, 직업 중단, 사회경제적 박탈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Todd & Black, 2020). 특히,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서 이루어지는 생식 과정이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임신, 낙태, 출산 등의 문제는 이를 직접 경험하게 되는 여자 청소년들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Kim et al., 2016; Park et al., 2018).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성 경험을 하는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을 높이는 것이다. 피임 실천은 청소년들이 원하지 않은 임신과 성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Cho & Ra, 2014). 청소년 피임 실천은 남자, 여자 청소년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남자 청소년에 비해 성매개 감염병의 이환율이 높고(Chinsembi, 2009), 임신과 출산을 직접 경험하지만, 피임 실천이 낮은 여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피임 실천을 높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Lee, 2017; Lim et al., 2016). 이 경우에도 단순히 피임 실천을 높이기보다는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현대적 피임의 실천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Jun, 2023). 현대적 피임이란 월경주기법이나 질외사정법이 아니라 콘돔 등의 안전한 피임도구, 현대적 피임도구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United Nations, 2022).
한편, 청소년들의 성과 생식 건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에 관해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Admassu & Tegegne, 2021).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과 피임 방법에 대한 변화를 모니터링 하는 것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방식 등의 실무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향후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Kavanaugh & Jerman, 2018).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청소년들의 피임과 관련된 연구는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율(Lee et al., 2010; Lee & Kang, 2011; Son & Choi, 2020),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Cho & Ra, 2014; Im et al., 2022; Lee, 2017)을 파악한 단면연구가 주를 이루었고, 추이를 살펴본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연도별 피임 실천의 변화를 본 연구가 2편(Jang & Choi, 2020; Lee & Kang, 2011)이 있었으나, 시간이 오래되었거나 영향 요인을 살펴보지 않았거나 피임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루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 연구는 최근 10년 동안의 전국단위의 조사인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의 피임 실천과 피임 방법의 변화를 확인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시행되었다.
대상 및 방법
1. 연구 설계
이 연구는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 및 피임 방법 변화 경향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2013-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원시자료를 이용한 이차자료 분석 연구이다.
2. 연구 대상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건강행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005년부터 질병관리청이 매년 수행하고 있는 익명성 자기기입식 온라인 조사이다. 목표 모집단은 매년 4월 기준 전국 중 · 고등학교 재학생이며, 표본추출 과정은 모집단 층화, 표본배분, 표본추출의 단계로 이루어지며, 표본추출은 학교와 학급을 추출단위로 하는 층화집락추출법이 사용되었다. 이 연구는 최근 10년간의 피임 실천 양상의 변화 및 영향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2013-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10개년 원시자료를 활용하였다. 2013-2022년에 조사에 참여한 전체 청소년 1,067,400명 중 여자 청소년은 517,348명이었고, 이들 중 ‘성관계를 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문항에 ‘있음’이라고 응답한 9,562명을 최종 분석 대상자에 포함하였다.
3. 연구 도구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항목은 연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매년 약 15개 영역 120개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https://www.kdca.go.kr/yhs/).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원시자료에서 연구 목적에 필요한 변수들을 추출하여 사용하였다.
1) 피임 실천
피임 실천은 ‘성관계 시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피임을 하였습니까?’라는 문항에 ‘항상 피임을 했다’라고 응답한 경우 피임 실천을 한 것으로, ‘대부분 피임을 했다’, ‘가끔 피임을 했다’, ‘전혀 하지 않았다’하고 응답한 경우 피임 실천을 하지 않는 것으로 구분하였다. 피임 방법 중 ‘먹는 피임약’, ‘콘돔’, ‘응급피임약’, ‘자궁 내 장치’를 이용한 경우는 현대적 피임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질외사정법’과 ‘월경주기법’을 이용한 경우는 비현대적 피임법으로 구분하였다.
2) 일반적 특성
일반적 특성은 연령, 학교급, 학교 유형, 학업 성적, 거주지역, 경제적 상태, 거주 형태, 음주 경험, 흡연 경험, 학교 성교육 경험 등을 분석하였다. 학교급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구분하였고, 학교 유형은 남녀공학과 여학교로 구분하였으며, 학업 성적과 경제적 상태는 상, 중, 하로 구분하였다. 거주지역은 대도시, 중소도시, 군지역으로 구분하였으며, 거주 형태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경우와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 경우로 구분하였다. 흡연 경험은 지금까지 담배를 한 두 모금이라도 피워본 적이 있는 경우, 음주 경험은 지금까지 1잔 이상 술을 마셔본 적이 있는 경우를 경험한 것으로 분류하였다. 학교 성교육 경험은 최근 12개월 동안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를 경험한 것으로 분류하였다.
4. 자료 수집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통계청의 통계승인(승인번호 제11758호)과 매년 질병관리청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아 대상자에게 연구 참여에 대한 자발적 동의를 받고 조사가 시행되었다. 자료 수집은 표본학급 학생들에게 1인 1대의 컴퓨터를 무작위로 배정하여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익명성 자기기입 조사로 개인정보 식별이 불가능한 고유번호로 수집된 자료이다. 이 연구에 사용된 원시자료는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사이트(https://yhs.kdca.go.kr)에서 제시된 원시자료 이용에 대한 절차에 따라 데이터 사용 승인 후에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고유번호로 익명화된 자료를 제공받아 분석에 활용하였다.
5. 자료 분석 방법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자료 분석은 원시자료의 특성을 고려하여 복합표본설계 방법을 사용하였다. 복합표본설계 계획파일은 원시자료에서 제공하는 층화(Strata), 집락(Cluster), 가중치(Weight), 유한모집단 수정계수(finite population correction factor)를 반영하여 구성하였다. 복합표본 분석지침에 따라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에 대한 분석은 이들을 부-모집단(subpopulation)으로 선택한 후, 부-모집단 내에서 통계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자료통합 시 통합가중치를 산출하여 적용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IBM SPSS Statistics ver. 25.0 (IBM Co., Armonk, NY, USA)과 R 프로그램(R Foundation for Statistical Computing, Vienna, Austria)을 이용하여 분석하였고,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13년에서 2022년까지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의 일반적 특성, 피임 실천, 피임 방법은 평균과 표준오차, 실수와 백분율로 산출하였다. 둘째, 2013년에서 2022년까지 피임 실천 및 피임 방법의 변화는 Cochran-Armitage trend test를 실시하였다. 셋째,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피임 실천과 피임 방법의 차이는 복합표본 교차분석(Rao-Scott χ2 test)을 실시하였다. 넷째, 대상자의 피임 실천 및 안전한 피임 방법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복합표본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시행하였다.
결 과
1. 연구 대상자의 특성
연구 대상자의 특성은 Table 1과 같다. 평균 연령은 16.01세였고, 고등학생이 73.7%, 남녀공학이 69.8%였으며,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가 88.9%였고, 평생 음주 및 흡연 경험이 있는 경우는 각각 76.3%, 47.1%였으며, 지난 12개월 동안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여학생은 69.3%였다. 피임 실천은 항상 피임을 하는 경우가 39.2%였고, 피임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32.0%였다. 피임 방법은 콘돔이 50.3%로 가장 많았다.
Table 1.
2. 10년간 피임 실천 및 피임 방법의 경향
이 연구에서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 9,562명과 피임 방법에 응답한 6,481명을 대상으로 피임 실천 및 피임 방법의 추이를 파악하였다(Table 2). 성관계 시 항상 피임을 실천한다고 한 피임 실천은 2013년 27.0%에서 2022년 46.1%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p for trend <0.001). 질외사정법과 월경주기법을 제외한 현대적 피임 방법을 이용하는 대상자도 2013년 79.4%에서 2022년 84.8%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p for trend <0.001).
Table 2.
3. 일반적 특성에 따른 피임 실천 및 피임 방법의 차이
성 경험 여자 청소년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피임 실천 및 피임 방법의 차이는 Table 3과 같다.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중 거주지역을 제외한 연령(p<0.001), 학교급(p<0.001), 학교 유형(p<0.001), 학업 성적(p<0.001), 경제적 상태(p<0.001), 거주 형태(p<0.001), 음주 경험(p=0.001), 흡연 경험(p<0.001), 학교 성교육 경험(p=0.006)에 따라 피임 실천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고등학교에 재학할수록, 여학교에 재학할수록, 학업 성적이 높을수록,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 음주 경험이 있는 경우, 흡연 경험이 없는 경우, 최근 12개월 동안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경우 피임 실천이 높았다.
Table 3.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중 연령(p<0.001), 학교 유형(p<0.001), 경제적 상태(p=0.003), 거주 형태(p<0.001), 흡연 경험(p<0.001)에 따라 피임 방법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여학교에 재학할수록, 경제적 상태가 좋을수록, 가족과 같이 살수록, 흡연 경험이 없는 경우 현대적 피임 실천이 높았다.
4. 피임 실천 및 현대적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대상자의 피임 실천 및 현대적 피임 실천에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복합표본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시행한 결과는 Table 4와 같다.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연령, 학교 유형, 학업 성적, 경제적 상태, 거주 형태, 흡연 경험, 학교 성교육 경험이었다. 연령이 1살 증가할수록 피임 실천이 1.18배(odds ratio [OR], 1.18; 95% confidence interval [CI], 1.13-1.24), 남녀공학교에 비해 여학교에 재학할수록 1.13배(OR, 1.13; 95% CI, 1.03-1.24), 학업성적이 낮은 군에 비해 중간군은 1.19배(OR, 1.19; 95% CI, 1.07-1.33), 높은 군은 1.14배(OR, 1.14; 95% CI, 1.03-1.27), 경제적 상태가 낮은 군에 비해 중간군은 1.16배(OR, 1.16; 95% CI, 1.04-1.30), 높은 군은 1.20배(OR, 1.20; 95% CI, 1.06-1.36),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38배(OR, 1.38; 95% CI, 1.17-1.62), 지난 12개월간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경우가 받지 않은 경우보다 1.16배(OR, 1.16; 95% CI, 1.05-1.28)배 높았다. 반면, 흡연 경험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0.66배(OR, 0.66; 95% CI, 0,60-0.73) 낮았다.
Table 4.
현대적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학교 유형, 경제적 상태, 거주 형태, 흡연 경험이었다. 남녀공학교에 비해 여학교에 재학할수록 1.23배(OR, 1.23, 95% CI, 1.07-1.42), 경제적 상태가 상인 경우가 하인 경우에 비해 1.26배(OR, 1.26, 95% CI, 1.06-1.51),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1.71배(OR, 1.71, 95% CI, 1.39-2.10) 높았다. 반면, 흡연 경험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0.68배(OR, 0.68, 95% CI, 0,59-0.79) 낮았다.
고 찰
성과 관련해서 청소년기에 겪을 수 있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원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이며, 이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 교육, 사회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야기한다. 특히, 여자 청소년의 경우 원하지 않는 임신 및 출산과 같은 잠재적 위험 요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기 때문에, 여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피임 실천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이 연구는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의 피임 실천과 피임 방법의 변화와 영향 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되었다.
이 연구에서 성 경험 여자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은 2013년 27.0%에서 2022년 46.1%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원하지 않은 임신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어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우리나라 성 경험 여자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율은 미국 등 선진국의 비해 여전히 낮았다. 미국의 2019년 청소년건강위험행태조사(Youth Risk Behavior Survey 자료를 활용한 Szucs 등(2020)는 성 경험이 있는 미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89.7%가 마지막 성관계시 피임을 실천하고 있다고 보고하였고, 가족성장 국가조사(National Surveys of Family Growth) 자료를 이용한 Lindberg 등(2021)은 성 경험이 있는 15-19세 여자 청소년의 86%-91%가 피임 실천을 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와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은 46.1%-54.6%로 여전히 낮은 편이며(Park et al., 2022), 향후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한편, 현대적 피임 방법을 이용하는 대상자는 79.4%-84.8%였는데, 이는 Park 등(2022)이 13-18세 여자 청소년 1,01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현대적 피임 방법을 이용했다는 비율 76.0%와 비슷하였다. 현대적 피임 방법은 2013년 79.4%에서 2022년 84.8%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러한 증가 경향에도 불구하고 서구 선진국의 92%-94% (Lindberg et al., 2021)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Lindberg 등(2021)의 연구에서는 사용하고 있는 피임 방법을 다중 응답하도록 한데 비해, 이 연구에서는 주로 사용하는 피임 방법만을 물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여자 청소년들의 현대적 피임 방법 사용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피임 방법은 하나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에는 다중 응답을 통해 현대적 피임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대상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피임 방법에 대한 접근성이 그 사회의 제도, 정책, 문화적인 측면에 따라 차이는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와 병행하여 여자 청소년들이 다양한 피임 방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연구 결과 여자 청소년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피임 실천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연령이 증가할수록 또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피임 실천이 증가한다는 선행연구(Im et al., 2022; Jang & Choi, 2020; Lee, 2017) 결과와 일치하였다. 그러나, 연령 증가에 따른 현대적 피임 방법은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피임에 대한 교육을 시행할 때, 과학적으로 그 효과가 인정된 현대적 피임 방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개인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여, 안전하고 성매개 감염병의 우려가 낮은 올바른 피임법을 사용하도록 권장해야 하는(Lee, 2017)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이 연구에서 여학교에 재학 중인 여자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과 현대적 피임 실천이 남녀공학교에 비해 모두 높았는데, 이는 여학교에서 성과 관련된 고민을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고(Kim & Cho, 2012), 여자 청소년들의 상황과 요구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성교육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 중 학업성적이 높고, 경제적 상태가 좋을수록, 그리고 가족과 동거하는 경우 피임 실천이 높았다. 또한 경제적 상태가 ‘상’이라고 인식하는 경우 ‘하’라고 인식하는 청소년에 비해, 가족과 동거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현대적 피임 실천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선행연구(Cho & Ra, 2014; Im et al., 2022; Jang & Choi, 2020)의 결과와 부분적으로 일치하였다. 청소년들의 성 경험과 피임 실천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특히 피임 실천은 부모의 교육 수준, 부모와의 의사소통 등의 영향을 흔히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Hutchinson, 2002; Swain et al., 2006). 이 연구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여자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이 높은 이유는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청소년의 경우 가족의 규율이 청소년의 가치관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Lee & Cho, 2020), 부모의 지도 감독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는 이와 관련된 선행연구들이 드물고, 이 연구에서는 부모와의 의사소통 및 관계에 대한 내용이 없어, 향후 부모와 자녀의 의사소통, 부모와의 관계와 피임 실천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음주와 흡연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성 경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Lee & Cho, 2020; Pyo et al., 2016). 그러나, 선행연구에서 청소년의 음주와 피임 실천과의 관계는 일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Kim과 Cho (2012)의 연구와 Morrison 등(2003)의 연구에서는 청소년이 술을 마신 후 성관계를 한 경험은 피임 실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하였고, Lee (2017)는 음주를 한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이 낮았다고 보고하였다. 이 연구에서 음주는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이 연구에서는 음주량과 관계없이 단순히 음주 경험 여부만을 물어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 선행연구에서는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음주 행위 자체보다는 만취 경험이나 만취 후 성 경험의 여부가 더 중요한 것으로 보고되어(Cho & Ra, 2014), 향후 피임 실천과 음주의 관계에 대한 추후 연구를 수행할 때 단순한 음주 경험보다는 음주의 정도, 음주 후 성관계 등 보다 구체적인 변수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결과 흡연을 하는 경우 흡연을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피임 실천 및 현대적 피임 실천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결과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선행연구는 없으나, 국외에서 수행된 마약, 약물, 흡연 등을 하는 청소년의 피임 실천이 낮다는 연구 결과(Connery et al., 2014)와는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들이 마약 등의 약물에 대한 접근성이 외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주로 흡연만을 약물남용으로 보고 있는데, 최근 다양한 약물 사용의 증가로 인해 이러한 약물남용과 피임 실천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청소년의 음주와 흡연 등 문제 행동들은 성인기의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고(Boo et al., 2017), 이러한 문제 행동들이 성 경험, 피임 실천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서,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과 함께 음주와 흡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중재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은 성 경험 시 피임 실천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Cha & Nam, 2023; Kim et al., 2016). 이 연구에서도 성교육을 받은 여자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 비해 피임 실천율이 높게 나타나 학교에서 제공되는 성교육이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현대적 피임 실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현재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교육의 내용, 방법 등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피임제 복용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교육에 대한 경험을 확인한 Kim 등(2016)은 여자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받은 성교육이 기본적인 내용만을 반복적으로 다룬다거나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전달방식, 자신들이 알고 싶어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흥미를 느낄 수 없어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실제, 청소년들이 피임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경로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보다 인터넷, 친구 등을 통해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의 성 상담내용을 분석한 연구에서 청소년들은 성관계 이후 임신 여부에 가장 관심이 많으며, 임신과 피임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Lee, 2016). 그러나, 피임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없이 형식에 치우친 학교에서의 성교육과 이를 대체하기 위해 다른 통로를 통해 부정확하거나 불충분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믿고 실천함으로써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여자 청소년 대상의 성교육이 그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자 청소년들로부터 직접 성교육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들어 이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Kim et al., 2016), 이를 바탕으로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여자 청소년은 남자 청소년에 비해 피임 실천이 낮고(Kann et al., 2014; Lee & Kang, 2011) 성매개 감염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Chinsembi, 2009),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성 경험을 억제하기 보다는 성지식과 피임 실천을 높이고 원하지 않는 임신과 성매개 감염병을 예방하는 내용을 강조하여야 한다(Cha & Nam, 2023; Kim et al., 2016).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 정보제공 위주의 교육보다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현대적 피임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여자 청소년의 개별적 상황과 요구에 부합하는 성 관련 상담을 병행하여 제공하는 통합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가진다. 첫째, 이 연구는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학교에 재학하고 있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향후, 학교 밖 청소년들을 포함한 전국단위의 후속연구를 제언한다. 둘째, 이 연구는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자료에서 조사된 변수를 이용한 이차분석으로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이 피임 실천과 방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동료집단 관계, 인터넷 사용 등의 다양한 사회심리학적 변수들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가 있어, 추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관련 요인들을 함께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이 연구에서 피임 방법은 성 경험 시 주로 사용한 피임 방법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하여 파악하였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다양한 피임 행태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첫 성 경험 시 피임법, 마지막 성 경험 시 피임법 등 다양한 문항을 추가하여 청소년들의 피임 행태를 보다 상세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우리나라의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피임 실천 및 현대적 피임 실천 경향을 파악하였고,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결 론
이 연구는 청소년건강행태 자료를 이용하여 최근 10년간 성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여자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과 피임 방법의 변화와 그 영향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이 연구 결과 성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의 피임 실천과 현대적 피임 실천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연령, 학교 유형, 학업 성적, 경제적 상태, 거주 형태, 흡연 경험, 학교 성교육 경험이었고, 현대적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학교 유형, 경제적 상태, 거주 형태, 흡연 경험이었고, 학교 성교육 경험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최근 10년간의 피임 실천 및 현대적 피임 실천의 경향을 파악하고,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확인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 연구 결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전반적인 피임 실천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현대적 피임 실천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향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여자 청소년 대상 성교육에 현대적 피임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효과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할 것을 제언한다. 향후 청소년 피임 관련 연구는 여자 청소년들의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요인들을 충분히 포함하고, 첫 성 경험 시 피임법, 마지막 성 경험 시 피임법 등 다양한 문항을 추가하여 여자 청소년들의 피임 행태를 보다 상세하게 파악할 것을 제언한다. 피임 실천과 음주의 관계에 대한 추후 연구를 수행할 때는 단순한 음주 경험 여부만을 파악하는 것보다 음주의 정도, 음주 후 성관계 등 구체적인 변수를 포함할 것을 제언한다.